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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김호순_그리움은 멈춤이 없습니다

미시령 고갯길을 넘으며

by buyoham 2024.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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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 고갯길을 넘으며

 

길고 지루하게 미시령 고개를 넘는다

서두른다고 빨라지지 않는 고갯길을

굽이굽이 줄 이어 넘는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한달음에 달려도 될 것처럼 가까운데

왜 그리 힘겹게 올라야 했는지

 

바람을 가슴에 안으며

카메라 앞에 서 보기도 하지만

 

이내 커피 한잔의 여유를 버리고

다시금 내려가야 하는 고갯길

 

멈춤도 앞섬도 없이 숨 가쁘게

오른 가파른 고갯길을

더 천천히 내려가야 한다

 

고갯마루를 향해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더 필요한 절제

브레이크를 밟으며 안개 깊은

미시령 고개를 넘는다 

 

인생이 길이라면

나는 지금

어느 가파른 고개를 넘고 있을까

 

고단한 삶의 길목 어느 고갯마루에 올라서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온 삶을 돌아보며

 

아직 가야 할 길을 위해 숨을 고르며

어떤 절제의 칼을 닦고 있을까

 

반은 더 넘었을 내 인생의 고갯길

 

 

 

 

 

 

김호순 시 l 그리움은 멈춤이 없습니다

l 내 안에 땅끝이 있다

미시령 고갯길을 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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