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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김호순_그리움은 멈춤이 없습니다

십자수를 놓으며(1)

by buyoham 2024.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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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수를 놓으며(1)

 

기다림의 끝을 알고 싶을 때

가만히 수를 놓는다

 

바늘에 색색 고운 실을 꿰어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다

 

수틀 위로 실오라기

한 올 지나갔을 뿐인데

새가 날고 나무가 자란다

 

바늘 끝이 닿을 때마다

기다림의 마법은 풀리고

새로운 세상이 깨어난다

 

가끔은 한 가닥 실이 가는 길인데도

엉키고 꼬이고 헤매기도 하지만

필요한 것은 성급한 가위질이 아니네

 

매듭을 풀어 주는 것

기다림과 인내인 것을 알고 싶을 때

가만히 수를 놓는다 

 

삶의 고운 인연들을

시간의 바늘에 꿰어

아름다운 꽃 수를 놓고 싶다

 

오해의 실

미움의 실

엉켜있는 실뭉치 같은 삶의 숲을 헤쳐

사랑과 평안의 향기로운 수를 놓고 싶다

 

한 땀 한 땀 놓아가는 인생의 수틀

한 가닥 실처럼 외길을 가도

원치 않는 매듭 앞에

삶을 동강 내는 가위질을

이젠 그만 하고 싶다

 

한 올 한 올

침묵과 인내로 인생의 가는 실을 풀어가고 싶다.

 

기다림의 끝을 알고 싶을 때

가만히 수를 놓는다

 

 

 

 

 

 

김호순 시 l 그리움은 멈춤이 없습니다

l 내 안에 땅끝이 있다

십자수를 놓으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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