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시(詩)/김호순_그리움은 멈춤이 없습니다74 목요일의 아버지 목요일의 아버지 언제나 목요일에 떠나고 싶다고 말씀하셨지천국길 가기에 가장 편안한 날이라고 아버지 가시던 그 목요일하나님 먼저 알고 빗줄기로 사다리를 놓아주었지 3일 내내 빗줄기 속으로 보이는 무지개언제나 한결같다는 아버지 사랑의 약속이었네 푸른 잎사귀 사이로 보이는 자두 열매어느새 그리움으로 얼굴 붉어지고 오솔길 따라 올라서면 넉넉하고따뜻한 아버지 품속 같은 봉분 반겨주네 해가 바뀌어도 바람이 바뀌어도언제나 한결같이 아버지를 지키는감나무 자두나무 동산의 추억 사랑은 그렇게 한결같은 것인데 오늘 목요일 아버지 음성처럼 비가 내리네이해하는 재미로 살았노라고 속삭여주네 언제나 사랑이 이긴다고 속삭여주네 김호순 시 l 그리움은 멈춤이 없습니다 l 아버지 목요일의 아버지 ----------------.. 2024. 12. 23. 동산에 그대는 없습니다 동산에 그대는 없습니다 동산에 그대는 없습니다메마른 감나무 가지를 흔드는바람도 있고죽은 잎새 뒤에 생명의 싹을 틔우는 추억의 입김도 있습니다 눈물과 웃음으로 범벅되어 있던축제도 있습니다 그런데그대, 동산에 없습니다그대 눈빛도그대 웃음도 없는 동산은 동산이 아닙니다 산지기가 없는 산처럼텅 빈 동산엔 그대 없습니다 그대 없는 동산은 동산이 아닙니다쓸쓸한 바람입니다 김호순 시 l 그리움은 멈춤이 없습니다 l 아버지 동산에 그대는 없습니다 ------------------------☞ 다음 시(목요일의 아버지)☞ 이전 시(밤을 깎으며) ☞ 전체 차례 보기 2024. 12. 23. 밤을 깎으며 밤을 깎으며 잠든 아버지를 지키는 밤나무 몇 그루살아생전 받지 못한 효차가운 땅에 누우신 채로밤나무 향기에 쓸쓸한 마음을 달래신다 그리움이 익어 툭탁 떨어지는 알밤평소 지키지 못한 아버지의 계명인 양도토리만 한 것까지도 귀하다 깊어가는 밤밤을 깎는다무디어진 칼날을 던지고톱날처럼 날카로운 밤나무 가위로고집처럼 굳어있는반달머리를 밀어내고 솜털 보송한 잔머리마저 벗겨 내면희고 뽀얀 속살을 수줍은 듯 보인다. 겉보기엔 둥글고 커 보여도속엔 포동포동 밤벌레가 집을 짓고 빛 좋은 개살구 마냥실속 없는 내 인생이 보인다 겉보기엔 쭈글쭈글 볼품없는 한숨뿐이어도그럴수록 속살은 더 달콤하고 연하고구차한 듯 정갈한아버지 인생이 보인다 아버지가 밤나무 밑을 그토록오르내린 것은가시 많은 밤투성이처럼삶의 길목 길목을 잡고 놓아.. 2024. 12. 23. 안개꽃 아버지 안개꽃 아버지 이름 석 자 꽃씨처럼 뿌리며 시작된 인생 봄날 공작 같은 단아한 목련도 아닌 인생아기병아리 발로 나온 봄맞이 개나리도 아니고 여름날 폭우 속에서 꿋꿋이 살아남은선인장도 당신은 아니었습니다 담장을 넘기며 화려한 자태와 향기 뽐내는덩굴장미도 아니고 그리움의 해시계를 돌며 피어나는 해바라기도 아니었습니다 밤하늘의 별빛에 눈 맞추고몸을 떨며 피어나는 달맞이꽃이라도 좋았는데밤이슬 머금고 밤새 오래 참았다가해님 맞으며 기상나팔 불어대는 나팔꽃이라도 좋았는데 당신은 그저 안개꽃이었습니다 혼자의 빛을 포기하고 그림자가 된 안개꽃모든 영광, 모든 기쁨, 그대에게 그대 웃음 위해서라면그대 아름다움 위해서라면조용히 눈물 머금어 더욱 화려한 사랑기쁨 되게 하는 안개꽃 목숨 다하도록 타들어 가는 옛사랑의 기억까지.. 2024. 12. 23.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당신의 외로운 침상 앞에 섰을 때당신 눈에 잠시 고이는투명한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리운 사람들로당신 가슴에는노오란 은행잎 하나 새겨지고 약하고 병든 손 내밀어빈 잔처럼주님의 뜻 기다리는 당신 침상을손님처럼 왔다 갈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눈물짐이 되신다고요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이 많아미안하시다고요? 당신께 받은 사랑 크고 깊은데드릴 수 있는 사랑언제나 적습니다 목숨 같은 바람결에기도 한 줄 섞어당신 침상에 걸어놓습니다 하나님아버지 곁에 계셔 주십시오주의 보물을 위해 열심이고 싶었다는아버지의 고백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부디 당신만이 언제나아버지 곁에 한결같은 사랑으로계시는 것임을 김호순 시 l 그리움은 멈춤이 없습니다 l 아버지아버지 ------------------------.. 2024. 12. 23. 침상 위의 아버지 침상 위의 아버지 당신 고통 손톱만큼도 나눌 수 없어오래도록 당신 침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물 한 모금 넘기우지 못하고온몸의 혈관을 찾아 찢기어진 당신 몸속의 반란 바늘 끝만큼도 잠재우지 못하는 무능함 밉기만 합니다 떨리는 손빈손 내저으며 소망을 기도하시는 당신 얼굴 꽃망울 머금은 봄 햇살 속에12월의 호수로 얼어 있습니다 차마 더 보지 못하고눈물 참으며 나선 하늘당신 몸속에서 스멀스멀 빠져나가는 생명처럼 서산으로 넘어가는 저녁 해애처롭기만 합니다 김호순 시 l 그리움은 멈춤이 없습니다 l 아버지 침상 위의 아버지 ------------------------☞ 다음 시(아버지)☞ 이전 페이지(5.아버지) ☞ 전체 차례 보기 2024. 12. 22. 이전 1 2 3 4 ··· 1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