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안개꽃 아버지
이름 석 자 꽃씨처럼 뿌리며 시작된 인생
봄날 공작 같은 단아한 목련도 아닌 인생
아기병아리 발로 나온
봄맞이 개나리도 아니고
여름날 폭우 속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선인장도 당신은 아니었습니다
담장을 넘기며 화려한 자태와 향기 뽐내는
덩굴장미도 아니고
그리움의 해시계를 돌며 피어나는
해바라기도 아니었습니다
밤하늘의 별빛에 눈 맞추고
몸을 떨며 피어나는 달맞이꽃이라도 좋았는데
밤이슬 머금고 밤새 오래 참았다가
해님 맞으며 기상나팔 불어대는
나팔꽃이라도 좋았는데
당신은 그저 안개꽃이었습니다
혼자의 빛을 포기하고 그림자가 된 안개꽃
모든 영광, 모든 기쁨, 그대에게
그대 웃음 위해서라면
그대 아름다움 위해서라면
조용히 눈물 머금어 더욱 화려한 사랑
기쁨 되게 하는 안개꽃
목숨 다하도록 타들어 가는 옛사랑의 기억까지
지켜가며 스러져가는
안개꽃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김호순 시 l 그리움은 멈춤이 없습니다
l 아버지
안개꽃 아버지
------------------------
☞ 전체 차례 보기
반응형
'시(詩) > 김호순_그리움은 멈춤이 없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산에 그대는 없습니다 (1) | 2024.12.23 |
---|---|
밤을 깎으며 (0) | 2024.12.23 |
아버지 (0) | 2024.12.23 |
침상 위의 아버지 (0) | 2024.12.22 |
5. 아버지 (0) | 2024.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