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9. 2. 17:42ㆍ세상을 보는 눈/오디세이
[오디세이 제5편] 나는 누구인가?

― 오디세우스와 탕자, 잃어버린 정체성을 생각하다
마침내 오디세우스가 그토록 그리던 고향 이타카에 발을 내딛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묘한 아이러니가 벌어집니다.
그토록 돌아오고 싶었던 자신의 집이지만, 정작 그는 신분을 숨겨야 하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거지의 모습으로 변장한 그를 알아보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자신이 주인인 궁전에 들어섰으면서도 이방인처럼 행동해야 하는 상황. 이 기이한 장면에서 오디세우스의 서사는 단순한 귀환을 넘어 아주 깊은 질문으로 들어가게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1. 집에 도착했지만, 아직 돌아온 것이 아니다
육체적으로는 이타카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의 진짜 삶이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
아내 페넬로페는 여전히 그를 기다리며 눈물짓고 있고, 아들 텔레마코스 역시 아버지를 그리워합니다.
궁전 안에는 그 자리를 탐내는 구혼자들이 몰려들어 집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거지의 눈으로 그 모든 광경을 침묵 속에 바라봅니다.
그는 고향 땅을 밟았지만, 아직 자신의 진짜 자리를 되찾지 못한 것입니다.
****************
****************
2. 성경의 탕자를 생각하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성경 속 '탕자의 비유'가 오버랩됩니다.
탕자는 스스로 아버지의 집을 떠나 먼 나라에서 모든 것을 탕진하고 바닥을 칩니다.
그리고 고통의 끝에서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린다. 성경은 그 순간을 이렇게 기록합니다.
“이에 스스로 돌이켜…”
그리고 그는 다시 아버지의 집을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물론 두 사람의 출발점은 다릅니다.
오디세우스는 운명의 풍랑 속에서 고향을 향해 투쟁해 온 영웅이고, 탕자는 자신의 욕망을 따라 집을 버렸던 아들입니다.
그러나 두 이야기가 다다르는 지점에는 공통된 인간의 경험이 놓여 있습니다.
"사람은 때로 멀리 떠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후에야, 자신이 진짜 속한 곳이 어디인지를 깨닫는다는 사실이다."

3. 세상 속에서 나를 잊어버릴 때
우리 역시 살아가며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리곤 합니다.
처음에는 분명한 목적과 가치를 가지고 출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버틸 것인가'라는 생존과 생활이 삶을 압도합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자리를 지켜야 하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게 세상의 요구에 맞춰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멈춰 서서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가?”
그 질문은 때로 서글프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질문이야말로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진정한 출발점이 됩니다.

4. 돌아간다는 것의 진짜 의미
'돌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장소로 복귀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풍파 속에서 찌들고 잃어버렸던 '본래의 나'를 다시 발견하는 일입니다.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왕이자 남편, 그리고 아버지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자리입니다.
탕자에게 아버지의 집 역시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아들'이라는 신분을 되찾는 구원의 공간입니다.
오디세우스와 탕자의 발걸음을 바라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에게도 물음을 던져봅니다.
🔎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가?”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가?”

(2026.09.02. 부요함)
[전체 목차] 왜 지금, 2,800년 전의 오디세우스인가?
| 구분 | 회차 | 제목 | 링크 |
| 시작 | [오디세이 프롤로그] |
오디세우스, 그리고 본향을 찾아가는 인간 | 👉 |
| 본편 | [오디세이 제1편] | 왜 지금, 2,800년 전의 오디세우스인가? | 👉 |
| [오디세이 제2편] | 트로이 전쟁 -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 👉 | |
| [오디세이 제3편] | 10년의 표류, 바다 위에서 만난 괴물과 유혹 | 👉 | |
| [오디세이 제4편] | 유혹의 바다에서 길을 잃다 | 👉 | |
| [오디세이 제5편] | 나는 누구인가? | 👉 | |
| [오디세이 제6편] | 기다리는 사람과 돌아가는 사람 | 👉 | |
| [오디세이 제7편] | 드디어 집에 돌아오다 | 👉 | |
| [오디세이 제8편] | 오디세우스와 성경 | 👉 | |
| 부록 | [오디세이 #부록1] | 크리스토퍼 놀런, 그의 영화와 신앙을 구분해서 살펴보기 | 👉 |
| [오디세이 #부록2] |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 세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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