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산 그림 (1989.11.27.)
산아
너는 나무도 있고 돌도 있고 물도 있어서
나무가 필요한 자에게 나무를
돌이 필요한 자에게 돌을
물이 필요한 자에게 물을 주는구나
산아
너는 입이 없어서 할 말을 못 하는구나
봄에 새 싹으로 부끄러워하고
가을에 단풍으로 얼굴 붉히며
뙤약볕에 움츠리고
달빛에 숨죽이며
산아
너는 하늘을 향해 손짓하는 듯
땅을 향해 아양 떠는 듯
웅장하게 솟구치다간
굽이굽이 감돌아 흐르고
한 번 빠지면 돌아올 수 없는
깊은 계곡을 가진 너
산아
산아
원방현 시 l 새벽을 잉태한 밤 l 기다림과 만남
산 그림 (1989.11.27.)
----------------------------
☞ 전체 차례 보기
반응형